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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VI 시술로 심장 치료를 혁신하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이중희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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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희
·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임상부교수

대동맥판막협착증에 대해 설명해 달라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이 정상적으로 열리고 닫히지 않는 질환이다. 대동맥판막은 3개의 엽으로 구성된다. 심장이 수축해 혈액을 뿜어낼 때 판막이 열리고, 이완할 때 닫혀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 기능을 하는 판막이 협착되면 전신으로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에 따른 판막의 퇴행이다. 신체가 노화하면 대동맥판막이 점점 경직되고 두꺼워지면서 협착이 생긴다. 주요 증상은 흉통, 호흡곤란, 실신이다.

일반적 노화 증상과 유사하다. 환자가 이를 구분할 수 있나?

대부분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이 고령인 만큼 관절 문제 등을 이유로 신체 활동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숨참이나 호흡곤란 같은 증상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호흡곤란은 환자들이 명확히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는 문제없이 하던 행동이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에서 변화가 체감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증상이 급격히 나빠지는 시점이 오는데, 이때 증상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만 더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무래도 수술이 전통적인 치료 방법이다. 가슴을 열고 심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후 손상된 대동맥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한다. 그러나 대부분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가 고령이라는 점에서 수술은 환자에게 부담이 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에 tavi(경피적대동맥판막 삽입술)라는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tavi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카테터를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방식이다. tavi 시술은 환자의 상황을 고려해 여러 분야의 의료 전문가와 의견을 모아 시술 여부를 결정한다. 2010년대 초반부터 대규모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초기에는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이후 연구가 진전되면서 중위험군과 저위험군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현재는 80세 이상 고령 환자가 치료비의 5%만 부담하면 tavi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 범위도 확대됐다. 이로 인해 고령 환자들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시술의 전반적인 접근성이 높아진 셈이다.

tavi 시술 진행 시 여러 의료진의 의견을 종합해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

tavi 시술은 심장팀을 운영해 치료를 논의하는 것이 핵심 권고 사항이다. 심장팀은 중재 시술을 담당하는 심장내과, 영상의학과, 흉부외과, 마취과 등 5개 핵심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다.

각 의료진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특정 시술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의료진이 모여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회의를 통해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팀 전원과의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시술을 진행할 경우 시술이나 수술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합병증으로 환자에게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심장팀의 협력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핵심 요소다

tavi 시술의 이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장점은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시술 전날 입원해 준비를 마치고, 시술 후에는 대부분 전신마취 없이 깨어난다. 다음 날이면 걸어 다니는 것이 가능하며, 필요한 검사를 마친 뒤 퇴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2박 3일에서 3박 4일 정도의 단기간 입원으로 충분하며, 입원 비용이 부담스러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당일 퇴원도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고령 환자에게는 흉골을 열고 닫는 수술이 통증이나 상처 합병증 등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tavi 시술은 이러한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며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술 난도가 높은 편인가?

그렇다. 말초혈관을 다루는 기술뿐 아니라 대동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히 대처할 능력이 요구된다. 시술 자체의 난도도 높지만, 무엇보다 환자가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기저질환과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는 점이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대표 합병증은 느린 부정맥, 시술 부위 출혈, 혈전으로 인한 뇌경색 등이다. 특히 시술 부위에 석회가 많거나 혈전이 들러붙은 경우 이런 위험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합병증을 예방하고,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포인트다. tavi는 고난도 기술과 환자 상태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복합 시술이라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른 대처가 필요한 만큼 의료진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처음 시술을 시작할 때는 예상치 못한 합병증을 겪거나 놓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반복된 시술 경험으로 합병증을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숙달해야 한다. 나 역시 경험을 쌓으면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파악하고, 대처 능력을 키웠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는 의료진의 경험이 쌓인 만큼 대부분 환자가 합병증 없이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tavi 시술이 국내에 도입된 지 14년이 지났다. tavi 시술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나?

그렇다. 그리고 tavi 시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1, 2차 의료기관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 중이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최근 치료 사례는 학회나 별도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특히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빠르게 진단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상급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해 적시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다 많은 환자가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술 인지도를 제고하고자 노력 중이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강원도에서 유일한 tavi 시술 센터다. 강원도에선 tavi 시술의 유일한 선택지인 셈이다. 사명감마저 느낄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이곳에서 tavi 시술을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었고, 이제는 강원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환자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환자들의 치료 결과를 보면, 실제로 대부분 환자가 합병증 없이 퇴원한다. 이는 나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우리 심장팀 전체가 노력한 결과이다. tavi 시술뿐 아니라 수술적 치료까지 고령 환자들의 최적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tavi 시술의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나?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주로 고령층에서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앞으로 시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avi 시술은 과거에 비해 환자의 예후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시술 후 장기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tavi 시술은 이미 안정적 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술의 발전과 더불어 시술 후 환자의 장기 관리 방안, 새로운 합병증 대응 방법, 재치료에 대한 계획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시술 확대를 넘어 시술 후 환자의 전 생애에 걸친 관리와 연계된 의료 발전의 새로운 분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